전기차 대신 걷기 시작한 날, 일상이 달라졌어요
전기차가 내 삶을 바꿔놓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남편 차를 연료차에서 전기차로 바꾸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충전의 불편함이 걱정됐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생긴 새로운 걷기 루틴이 오히려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고 있죠. 이 글에서는 전기차 사용이 어떻게 일상 속 ‘운동’과 ‘쉼’으로 확장되었는지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전기차 충전이 만든 걷기 루틴
우리 집에는 충전 시설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기차를 사용하면서는 가까운 쇼핑몰에 차를 맡기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처음엔 하루 두 번 왕복해야 하는 이 과정이 너무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바쁜 하루 속에서 시간을 쪼개 걷는다는 것이 버거웠고요.
그런데 며칠, 몇 주 지나면서 이 시간이 이상하게도 기다려지기 시작했어요. 몰에서 집까지 걷는 15분. 처음엔 지루하게 느껴졌던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핸드폰을 꺼내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고, 그저 주변을 바라보며 걷는 것. 그 단순한 행동이 제 몸과 마음을 정리해줬습니다.
가끔은 나무 그늘 아래서 잠깐 멈춰 서기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매일 걷다 보니 계절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봄엔 벚꽃이, 여름엔 짙은 초록이, 가을엔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겨울에도 밴쿠버의 온화한 날씨 덕분에 계속 걸을 수 있었습니다.
전기차 충전이 아닌, 내 몸을 위한 충전 시간
이제는 전기차 충전 시간이 곧 저를 위한 충전 시간이 되었습니다. 예전엔 운동을 하려면 마음먹고 시간까지 따로 내야 했지만, 걷기 루틴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오히려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요.
특히 이 루틴 덕분에 남편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저 혼자 걷는 걸 걱정하는 남편은 충전 후 함께 집까지 걸어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매일 저녁 15분은 저희 부부만의 대화 시간이 되었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함께 걷고 이야기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운동 효과만이 아닙니다. 조용한 거리를 함께 걸으며 나누는 짧은 대화는 부부 사이의 정서적 거리도 좁혀주었어요. 그리고 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도 정리되는 걸 느낍니다. 걷는 행위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일상의 명상이 된 셈이죠.
작지만 확실한 변화, 삶을 바꾸다
전기차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기름값을 아끼고 환경을 덜 해치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정숙한 주행감, 유지비 절감, 간편한 정비는 물론, 무엇보다 삶의 리듬을 바꿔준 ‘걷기 루틴’이라는 보너스를 받았으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던 하루 속에, 예상치 못한 작은 변화가 들어오면 삶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전기차를 타면서 얻게 된 이 루틴은 단순히 건강만이 아니라 삶의 질을 조금씩 끌어올려주고 있어요.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며, 부부 사이의 대화도 자연스레 많아졌습니다.
그 어떤 변화든 처음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속에 나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다면, 불편함조차 나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어요. 하루 15분, 걷는 걸음이 쌓여 삶을 바꾸는 기적을 여러분도 한 번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