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밭에서 배운 건강 루틴: 자연이 주는 움직임과 마음의 평화
도시에서 루틴을 찾고, 밭에서 루틴을 살아가다
도시에서의 일상은 늘 바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업무와 집안일, 그리고 간신히 짬을 내어 운동 루틴을 챙기며 살아갑니다. 40대 후반에 접어들며 체력 저하와 몸의 변화들을 마주하고, 건강보조제와 식단 조절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회복 속도는 느려지고, 소화력도 예전 같지 않아 건강을 챙기는 일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걷기, 스트레칭, 식사 조절, 물 많이 마시기 등 일상 속에서 루틴을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에 와서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애써서 찾으려 했던 루틴이 이미 엄마의 하루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침 햇살이 퍼지는 작은 밭에서 고구마를 심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엄마의 삶 속에 진짜 건강 루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하루, 자연이 만든 건강한 삶의 방식
80세가 넘은 엄마는 지금도 직접 밭을 일구십니다. 봄에는 고구마, 여름에는 가지와 오이, 가을에는 들깨까지 계절에 따라 손수 작물을 기르십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곧 운동이고, 햇살을 쬐며 일하는 시간은 자연 속 비타민입니다. 밭을 일구고,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고 나누는 모든 활동이 자연스럽게 하루의 움직임을 만들어줍니다.
엄마는 따로 헬스장을 다니시지 않고, 건강보조제를 챙기시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매일 흙을 만지고, 제철 작물을 손질하고, 자식들과 나누며 살아가는 일상 자체가 건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나눔'입니다. 엄마는 자식들이 많이 먹지 못하더라도, “네가 좋아하면 됐다”는 말과 함께 기른 작물을 건네십니다. 자신이 정성 들여 가꾼 것을 나누는 마음, 그 안에 담긴 애정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해주는 힘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밭일은 단순한 육체노동이 아닙니다. 땅을 일구고, 계절을 따라 작물을 기르고, 땀을 흘리며 자연과 마주하는 모든 시간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다듬어 줍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매일이 다르고, 예상치 못한 날씨나 작물의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기에 정신적으로도 끊임없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건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시간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기지 않아도, 엄마의 삶은 건강 그 자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제가 지금껏 애써 만들던 루틴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건강이란 단순히 몇 분 운동을 했는가보다는 하루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햇볕을 맞고, 땅을 일구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하루. 그 안에서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마음은 조용히 단단해집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한 건강 루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캐나다로 돌아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겠지만, 저는 이번 경험을 마음 깊이 담아가고 싶습니다. 운동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제 삶을 돌보는 방식으로서의 건강 루틴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건강은 어쩌면 제 손끝에, 흙 속에, 그리고 평범한 하루의 작은 마음 안에 이미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저는 엄마의 삶에서 배운 따뜻함과 유연함을 제 루틴 속에 담아가고 싶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그 시작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엄마의 작은 밭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